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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치고 있는 카페 공부족에 자리 비워달라고 했더니...(매일경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blue 작성일16-08-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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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 씨는 카운터 뒤에서 한 사람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카페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오늘도 그는 문을 열자마자 출근(?)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뒤 벌써 2시간째 노트북 컴퓨터와 책, 자료들을 꺼내놓고 '열공' 중이다. 청년은 더위가 시작된 7월 초부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카페를 찾았다. 메뉴 중에서 가장 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계속 앉아 있었다. 어느 날에는 6시간 넘게 머물기도 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하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건 요즘 흔한 일이지만 저 청년같이 매일 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살짝 눈치를 주면 추가로 음료나 간식을 주문하는 예절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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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청년은 달랐다. 언제나 문을 여는 시간에 나타나 20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딱 한 잔만을 주문한 채 대원 씨가 아르바이트생과 근무를 교대하는 오후 4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매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를 찾아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저 청년같이 카페를 개인 도서관처럼 이용하는 이는 드물 것이라고 대원 씨는 확신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다른 손님들이 앉을 기회를 박탈하는 청년이 더 꼴보기 싫어졌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날씨는 더운데 학교는 멀고, 집에서는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을 틀 수 없으니 카페를 찾았을 것이라고 청년 입장에서 생각했다. 무엇인가 열심히 읽고 쓰고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취업한 큰딸도 집 근처 카페를 찾아 공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년 전 대원 씨가 퇴직을 앞두고 있었을 때 카페를 해보라고 제안한 사람도 딸이었다. "아빠, 요즘 애들은 있잖아, 식사는 라면으로 해도 꼭 카페에서 몇천 원짜리 커피나 주스를 마시거든. 그러니까 입지만 좋으면 카페가 최고야." 딸은 이과 출신이면도 이재(理財)에 밝았다. 전공 따라 화장품 회사에 들어갔지만 창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평생 한 직장에 있다가 퇴직한 대원 씨나 천생 가정주부였던 아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한테 어떻게 저런 녀석이 나왔는지 몰라." 돈을 버는 일과 관련해 큰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들을 때마다 대원 씨 부부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딸을 생각해서라도 너그럽게 봐주려고 했던 마음은 청년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카페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러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카페는 2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4명이 앉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정원이 16명으로 준다.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 공간의 5분의 1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 시간에 청년이 자리를 비워준다면 5만원 정도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다. 회전율을 3번이라고 계산했을 때가 그렇고, 4번이나 5번이 되면 10만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셈을 할 때마다 대원 씨는 울화통이 터졌다. 할 수만 있다면 청년의 카페 출입을 금지시키고 싶었다.

     대원 씨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은 노트북 컴퓨터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시간은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아직 빈자리가 몇 곳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손님들이 몰려올 텐데 청년은 예전과 똑같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청년을 보고 있으려니 속이 끓어올랐다. 오늘 끝장을 보지 못하면 정말 참기 힘들어질 것 같았다. 카운터에서 나온 그는 청년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기척을 느낀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대원 씨는 입을 열었다. "저기, 조금 이따 12시가 넘으면 손님들이 많이 오거든요. 벌써 이곳에 들어온 지 2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좀 비워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년은 잠시 당황하는 얼굴을 보이다가 이내 사정하듯 대답했다. "아직 끝내지 못한 게 있어서요.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될까요?" 막상 청년이 저자세로 나오자 대원 씨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럼, 이 자리는 혼자 앉아 있기에는 너무 넓으니까 저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는데…." 청년은 대원 씨가 가리키는 쪽을 보고 나서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할게요." 대원 씨는 내친김에 마음에 두었던 말을 마저 쏟아냈다. "혹시 내일 또 오더라도 이 자리보다는 처음부터 저쪽에 좀 앉아주세요." "…." 청년은 말은 못하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청년은 쉬지 않고 노트북 컴퓨터를 보며 무엇인가를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도 지나고 오후 4시쯤 되자 카페 안은 다시 대원 씨와 청년 외에 아무도 없게 됐다. 폭염을 피해 밀려드는 손님들을 대응하느라 몇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한가해지자 다시 눈길이 청년에게로 갔다. 여전히 열공 중인 청년을 보는 대원 씨 마음은 복잡했다. "뭘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걸까? 공부하려면 도서관에 가든가, 아니면 다른 카페에 갈 것이지 하필 우리 집에 죽치고 있을 게 뭐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요란스럽게 카페 문이 열렸다. "대원아" 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김문식이었다. 카운터 가까운 곳에 자리 잡으면서 대원 씨가 물었다. "몇 년 만이냐? 어떻게 여길 찾았냐?" "대학 동기 카톡방에 네가 여기 위치 올렸잖아.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는데 생각이 나서. 우리 집과 별로 멀지도 않고." "그래? 뭐 마실래?" "더우니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자. 네가 직접 만드냐?" "그럼, 카페 차리려고 6개월이나 배웠는데." 대원 씨는 이 말을 하며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갔다. 바로 그때 뒤에서 문식 씨 목소리가 들렸다. "어, 너 여기서 공부하냐? 매일 카페에 간다더니 여기였어?"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보려고 대원 씨는 고개를 돌렸다. 문식 씨 얼굴은 청년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청년도 문식 씨를 보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빠" 하고 소리쳤다. 문식 씨는 손짓으로 아들을 부르더니 대원 씨에게 소개했다. "내 아들이야. 지금 취업 준비하고 있고. 1년 넘게 여러 곳에 입사원서를 넣었는데 잘 안돼서. 본인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취업이 어렵기는 어려운가봐." 문식 씨는 이번엔 아들을 보며 말했다. "인사해라. 아빠 대학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분이야." 멋쩍게 고개를 숙이며 목례하는 청년을 보며 대원 씨는 속으로 가슴을 쳤다. "이왕 참은 것, 좀 더 참는 건데…."

     찜통 더위가 보름 이상 이어지면서 '카페 공부족' '카페 피서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매출이 줄어 울상이다. 폭염기에 들어서며 2시간 이상 죽치고 있는 이들이 전체 손님의 절반이 넘는 카페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출처:​​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60816150402720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6-10-28 17:49:17 자유의날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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