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박차고 나온, 나는 7급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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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당발 작성일16-06-24 12:35본문
무너진 평생직장…백세인생의 후반전 노리는 그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대기업 계열 금융권에서만 15년을 일했습니다. 겉에서만 보면 화려하죠. 연봉도 높은 편이었고. 그렇지만 그 때 당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연봉은 훨씬 줄었지만 심적으로 여유도 생겼고 공공을 위하는 일을 한다 생각하니 보람도 느낍니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와 증권사를 다녔던 박성권(49)씨는 2012년 회사를 그만둔 이후 지난해부터 행정직(7급) 공무원으로 서울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가 공무원이 되려고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종이 갖고 있는 특성, 안정적이면서도 공익을 위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입사 이후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두 번의 파동을 겪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구조조정을 하던 곳이 금융사들이었다. 박씨는 "보통 10년 주기로 세계 경제가 사이클을 탔는데 그럴 때마다 그만두거나 아니면 연관돼서 크게 손해를 봐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같이 근무하던 동료나 선배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걸 보는 것은 내 일 같기도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 계열사가 월급도 많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40대가 넘으면 슬슬 명예퇴직 얘기가 나오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며 "민간 금융사다 보니까 사실상 주주 내지는 회사의 이익 확대가 가장 큰 목적인데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라고 좀 더 생각해볼 때 심리적 갈등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공무원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자기 시간만 있으면 성별, 나이, 학력 등 어떤 조건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시험을 볼 수 있고 합격하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40대가 회사를 나가면 자기가 하던 업종을 그만두기 전에는 조금 더 조건을 낮추거나 신분을 낮춰서, 예를 들어 정규직이었으면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며 "창업을 했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소규모 자영업으로 시작을 하는데 열에 아홉은 망하는 사례만 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씨의 공무원 준비를 반신반의하던 주변 사람들도 지금은 그의 처지를 부러워한다. 그는 두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박씨는 "대학 졸업 한 지 한참 지났는데 머리도 녹슬어서 공부가 되겠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공부하는 시간에 나이만 먹는다고 그만두라고 했지만 지금은 많이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박씨 외에도 중년의 나이에 공직을 택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세무서에는 유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A(56)씨가 7급 세무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A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했고 공인회계사(CPA)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오는 25일 서울시 7·9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치러진다. 이번 시험의 경쟁률은 87.6대 1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응시자 중에서 40대는 7174명, 50대 이상은 869명에 달했다. 박씨는 "사실상 제대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가서 정말 합격할 사람의 비율은 3~4대1 정도"라며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안정적인 정년 보장이나 연금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시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무원도 똑같은 직장 생활이기 때문에 생활들이 반복되다보면 매뉴얼대로 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든 안 하든 결국은 공적인 영역에서 시민들과 국민들 위해서 기여를 하고 봉사하는 일이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이러한 것들이 아예 없이 개인적인 어떤 목적으로만 공무원이란 직업을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수험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민간 금융사에서만 일했던 박씨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주고 있다. 박씨는 "제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제 일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봉사 정신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공공의 이익에 기여가 된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생긴다"며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처럼 갖는 그런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이셨던 부모님을 보면서 하위직 공무원이 크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지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을 하면서) 자부심, 사회에 기여했다는 보람감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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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대기업 계열 금융권에서만 15년을 일했습니다. 겉에서만 보면 화려하죠. 연봉도 높은 편이었고. 그렇지만 그 때 당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연봉은 훨씬 줄었지만 심적으로 여유도 생겼고 공공을 위하는 일을 한다 생각하니 보람도 느낍니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와 증권사를 다녔던 박성권(49)씨는 2012년 회사를 그만둔 이후 지난해부터 행정직(7급) 공무원으로 서울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가 공무원이 되려고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종이 갖고 있는 특성, 안정적이면서도 공익을 위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입사 이후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두 번의 파동을 겪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구조조정을 하던 곳이 금융사들이었다. 박씨는 "보통 10년 주기로 세계 경제가 사이클을 탔는데 그럴 때마다 그만두거나 아니면 연관돼서 크게 손해를 봐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같이 근무하던 동료나 선배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걸 보는 것은 내 일 같기도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 계열사가 월급도 많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40대가 넘으면 슬슬 명예퇴직 얘기가 나오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며 "민간 금융사다 보니까 사실상 주주 내지는 회사의 이익 확대가 가장 큰 목적인데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라고 좀 더 생각해볼 때 심리적 갈등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공무원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자기 시간만 있으면 성별, 나이, 학력 등 어떤 조건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시험을 볼 수 있고 합격하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40대가 회사를 나가면 자기가 하던 업종을 그만두기 전에는 조금 더 조건을 낮추거나 신분을 낮춰서, 예를 들어 정규직이었으면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며 "창업을 했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소규모 자영업으로 시작을 하는데 열에 아홉은 망하는 사례만 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씨의 공무원 준비를 반신반의하던 주변 사람들도 지금은 그의 처지를 부러워한다. 그는 두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박씨는 "대학 졸업 한 지 한참 지났는데 머리도 녹슬어서 공부가 되겠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공부하는 시간에 나이만 먹는다고 그만두라고 했지만 지금은 많이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박씨 외에도 중년의 나이에 공직을 택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세무서에는 유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A(56)씨가 7급 세무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A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했고 공인회계사(CPA)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오는 25일 서울시 7·9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치러진다. 이번 시험의 경쟁률은 87.6대 1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응시자 중에서 40대는 7174명, 50대 이상은 869명에 달했다. 박씨는 "사실상 제대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가서 정말 합격할 사람의 비율은 3~4대1 정도"라며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안정적인 정년 보장이나 연금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시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무원도 똑같은 직장 생활이기 때문에 생활들이 반복되다보면 매뉴얼대로 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든 안 하든 결국은 공적인 영역에서 시민들과 국민들 위해서 기여를 하고 봉사하는 일이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이러한 것들이 아예 없이 개인적인 어떤 목적으로만 공무원이란 직업을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수험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민간 금융사에서만 일했던 박씨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주고 있다. 박씨는 "제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제 일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봉사 정신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공공의 이익에 기여가 된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생긴다"며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처럼 갖는 그런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이셨던 부모님을 보면서 하위직 공무원이 크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지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을 하면서) 자부심, 사회에 기여했다는 보람감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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