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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수입 끊기고 아이는 학원 끊고.. 거제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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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깡통 작성일16-04-12 12:42 댓글0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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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후 8시 반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횟집. 40여개 테이블 중 2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주말 잔업과 특근을 마치고 나온 대우조선해양 직원들로 북적거렸던 곳이다. 35년째 장사한다는 황모(69) 사장은 "가게를 연 이후 최악의 불경기"라며 "매일 70~100명씩 손님을 받았는데, 요새는 30명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옥포동에는 외국인 직원 대상 맥줏집 골목이 있다. 외국인이 많은 서울 중구 이태원과 닮았다는 이유로 '옥태원'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곳은 지난해 초만 해도 새벽 3~4시까지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이날은 가게 20여곳 중 7곳만 영업 중이었고, 그마저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종업원 최모(29)씨는 "조선업 경기가 워낙 나빠 외국인 엔지니어들 사이에는 '휴가 갔다가 돌아오니 해고됐다더라'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경남 거제시 옥포동 번화가.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와 가까운 이곳은 인파로 북적거려야 할 금요일 밤이지만 길을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스산했다.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거제 지역에 퍼지고 있다. /김종호 기자​​​​8일 밤 경남 거제 옥포동에 있는 한 맥줏집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근 이 지역에는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음식점·술집 등이 늘고 있다. /김종호 기자20160412031108634pjib.jpg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도 몰랐다'는 말이 돌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거제 지역 경제에 '불황의 공포'가 짙게 깔렸다. 거제 인구의 80%인 20만명을 직·간접으로 먹여살렸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두 회사는 올 들어 11일까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 절벽이다. 이대로 가면 현재 건조 중인 배가 인도되기 시작하는 6월 이후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 전체 직원(8만여명)의 4분의 1이 넘는 2만여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

    ◇거제 경제 반 토막 위기 현실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잘나갈 때만 해도 직원 8만여명에게 한 달 급여로만 4000억원 이상 풀렸다. 지금은 건조 물량이 줄어 특근과 잔업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당이 덩달아 줄면서 지역 경제가 얼어붙었다.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아파트를 분양하면 1주일도 안 돼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전체의 30%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는다. 외지에서 일하러 온 근로자를 위한 원룸도 빈방이 넘쳐난다. 옥포동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몇 달씩 절반 정도 텅 빈 원룸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공인중개사도 "월세가 작년 50만원에서 최근 40만원대로 20% 이상 급락했지만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빚을 내서 원룸을 지은 투자자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안 팔린다. 올 들어 석 달 연속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1분기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보다 20% 정도 줄었다.

    자녀 교육에 돈을 쓰기도 벅차다. 거제 지역 학원들은 원생 수가 반 토막 났다. 거제시 고현동의 한 학원 원장은 "중학교 3학년생이 빠져나간 자리를 1학년생이 메워야 하는데 가계소득이 줄어서 신입 원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거제시 상가도 2014년 말 1만3646개에서, 지난해 말 1만2268개로 1년 만에 1378곳이 문을 닫았다.

    ◇근로자 최대 2만5000여명 실직 위기

    거제는 올 하반기 더 큰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신규 수주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한 해양플랜트(해저 석유·가스를 시추·생산하는 설비)가 잇따라 인도되면서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 조선소는 근로자의 70% 이상이 협력사와 일용직 근로자다. 이들은 신규 수주가 없어 일감이 떨어지면 바로 실업자가 된다.

    대우조선 협력사 소속 용접공 최모(54)씨는 지난해에만 소속 회사를 5번 옮겼다. 일감이 없어 협력사가 줄줄이 폐업한 탓이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급여가 깎였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월 500만원씩 벌던 최씨는 요새 월 300여만원으로 수입이 줄었다. 그마저도 두 달은 회사 폐업으로 임금이 체불됐다. 최씨는 "앞으로가 더 깜깜하다"고 했다. 그는 올 11월 인도를 앞둔 해양플랜트의 내관을 용접하는데, 인도가 끝나면 이후 기약이 없다. 최씨는 "아내가 신장 투석을 하고 있는데 남은 돈이 별로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양사 노조가 파악 중인 실직 위기 근로자는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최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올해 인도할 대우조선의 플랜트 9기와 삼성중공업의 5기에서 일하는 근로자 숫자를 더한 것이다. 양사 노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플랜트 일감이 급감하면서 사내 하도급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우려된다"며 정부에 거제시를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작년부터 올 3월까지 이미 협력사 45곳이 폐업했다"며 "이 중 협력사 40여곳의 임금 체불액이 6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거제시 협력사 폐업으로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替當金)이 올해에만 1200여명, 4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01명·28억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구조 조정, 조금 일찍 했더라면…"

    대우조선은 최근 3년간 총 5조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불황 신호는 3년 전부터 켜졌다. 하지만 구조 조정은 지난해 희망 퇴직으로 양사 합쳐 700명 정도가 나간 게 전부다. 조선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구조 조정이 조금 빨랐더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 불황은 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적 요소도 있지만, 고임금과 초과 채용 등 조선업계 내부의 방만 경영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선 업종 전반에 걸친 산업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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