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깔아 자릿세 받고, 음식값은 3배로'…피서 가면 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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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런볼 작성일16-07-01 11:36 댓글0건본문
자릿새를 받고 빌려주는 계곡 평상.[연합DB]
광안리 해수욕장 수변공원에 널린 쓰레기.[연합DB]
'자릿세·바가지·얌체족 여전'…힐링은커녕 분노만
(전국종합=연합뉴스) "횟집 직원이 10만원짜리 음식을 시키니 12만원짜리를 왜 안 시키느냐는 투로 말하더라고요. 이건 분명 강매죠"
지난 5일 가족 4명과 함께 한 유명해수욕장을 찾은 조모씨는 점심을 먹으러 들른 횟집 종업원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 종업원은 10만원짜리 회, 조개구이와 12만원짜리 스페셜 세트의 차이를 묻는 조씨에게 퉁명스럽게 답하며 당연히 세트 메뉴를 시켜야 한다고 강권했다.
조씨는 가족들 식사량을 고려해 양이 좀 적더라도 세트 메뉴 대신 일반 메뉴를 시켰다. 조씨의 주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이 종업원은 화를 내며 돌아섰다.
조씨는 피서지에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렸고, 해당 음식점은 지자체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피서객들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계곡과 바다, 산으로 피서를 떠나지만, 휴가지에서 마주한 현실에 되레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부 휴가지에서는 이때다 싶어 음식값을 많이 올리거나 멀쩡한 땅에 파라솔을 꽂고 자릿세를 받는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휴가철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정가제 시행, 자체 단속 활동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 '바가지·자릿세' 피서지에서 멍드는 부푼 마음
요즘 피서지에서는 내 가족, 친구들 누울 자리 하나 마련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 아니다.
계곡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음식점들은 소위 '좋은 자리'에 불법으로 돗자리나 평상을 깔아놓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 흉내를 낸다.
강원도 화천, 춘전, 홍천, 인제 등 산간 음식점 주인들은 계곡 주변에 파라솔을 꽂거나 돗자리를 펴놓고 불법으로 2만원가량 자릿세를 받는다.
또 음식을 주문해야만 자리를 내주는 불법영업도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자릿세를 놓고 상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다.
자릿세뿐 아니라 음식 가격도 관광지를 찾는 피서객의 기분을 망치는 주된 원인이다.
강원 지역 한 워터파크 내 음식 가격은 일반 음식점보다 약 3배가 높다.
워터파크를 찾은 이용객들은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다 허기를 달래려고 찾은 음식점 앞에서 당황한다.
일행과 다 같이 옷을 갈아입고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는 '귀찮은'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한다.
지난달 이른 여름 분위기를 내려고 워터파크를 찾은 서정학(32)씨는 "비싸도 외부로 나가기 불편하니까 웬만하면 장내에서 식사를 해결했다"며 "어렵게 시간을 내 놀러 온 여행지에서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 피서지 또 다른 복병 '민폐 여행객'
자릿세나 바가지 음식값 외에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얌체족'도 휴가 기분을 망치는 주범 중 하나다.
지난달 5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황금연휴 내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버려진 상자, 돗자리, 빈 소주병, 음식 쓰레기 등이 인근 해변과 공원 주변에 해초처럼 널렸다.
길이 500m인 수변공원에서 나흘간 수거된 쓰레기양만 23t에 달했다.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계곡인 팔공산 수태골에서는 취사나 수영이 금지됐는데도 종종 취사를 하거나 계곡 안에서 수영 실력을 뽐내는 피서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팔공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계곡의 정취를 즐기는 여행객들은 몰지각한 일부 피서객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몇 해 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는 한 여성 여행객이 폭죽을 터뜨려 주변 관광객 8명의 얼굴과 다리 등에 화상을 입힌 일도 있었다.
이 여성은 해변에서 16발짜리 대형 폭죽을 터뜨렸다가 주변에 '민폐 세례'를 퍼부었다.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8명은 어렵게 낸 휴가를 망치고 병원 신세를 지었다.
◇ "휴가지 고질병 없애자" 지자체·지역 주민 맞손
바가지나 자릿세, 얌체 피서객 등 휴가지 병폐가 매년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남 여수시 만성리해수욕장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파라솔(그늘막)과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탈의실과 옷·귀중품 보관소, 주차장, 야영장 이용료도 무료다.
운영위 관계자는 "10여년 전 파라솔을 도입해 5천원씩 받고 대여했으나 소득도 적고 이미지만 안좋아진다는 여론이 있어 지금은 선착순으로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인상을 얻어 이용객의 재방문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연간 100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전남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도 매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완도군과 신지명사십리 번영회, 상가협의회, 이장단이 모여 회의를 통해 협정요금표를 정해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관광지를 찾는 여행객에게 '착한 여행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재방문 의지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불꽃놀이 소음과 피해, 숙박업체·노점상 호객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속초시는 해수욕장에 행정지원센터, 여름파출소, 응급 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호객과 바가지요금 등 불법행위 단속과 시설사용료 가격표시제를 운용할 예정이다.
속초시관광진흥협의회와 사회단체 회원 등 50여명도 해수욕장 질서와 청결 등을 위한 캠페인에 돌입한다.
포항시는 바가지요금 방지를 위해 휴가지 번영회와 해수욕장협의회를 열고 협정요금을 동일하게 받도록 했다.
파라솔 임대 4시간 5천원, 튜브 임대 4시간 5천원, 샤워장 이용 2천원, 바나나보트 1만5천원 등 포항 관내 해수욕장에 모두 같은 요금을 적용했다.
유미옥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사무처장은 "지자체와 상인 연합회 등에서 시행하는 자정 노력이 우선 당장은 개별 상인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휴가지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신뢰도가 높아지면 휴가지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재방문율도 높아져 소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상학 차근호 임채두 김진방 장아름 류수현 최은지 이승형 이은중)
doo@yna.co.kr
(끝)
(전국종합=연합뉴스) "횟집 직원이 10만원짜리 음식을 시키니 12만원짜리를 왜 안 시키느냐는 투로 말하더라고요. 이건 분명 강매죠"
지난 5일 가족 4명과 함께 한 유명해수욕장을 찾은 조모씨는 점심을 먹으러 들른 횟집 종업원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 종업원은 10만원짜리 회, 조개구이와 12만원짜리 스페셜 세트의 차이를 묻는 조씨에게 퉁명스럽게 답하며 당연히 세트 메뉴를 시켜야 한다고 강권했다.
조씨는 가족들 식사량을 고려해 양이 좀 적더라도 세트 메뉴 대신 일반 메뉴를 시켰다. 조씨의 주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이 종업원은 화를 내며 돌아섰다.
조씨는 피서지에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렸고, 해당 음식점은 지자체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피서객들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계곡과 바다, 산으로 피서를 떠나지만, 휴가지에서 마주한 현실에 되레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부 휴가지에서는 이때다 싶어 음식값을 많이 올리거나 멀쩡한 땅에 파라솔을 꽂고 자릿세를 받는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휴가철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정가제 시행, 자체 단속 활동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 '바가지·자릿세' 피서지에서 멍드는 부푼 마음
요즘 피서지에서는 내 가족, 친구들 누울 자리 하나 마련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 아니다.
계곡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음식점들은 소위 '좋은 자리'에 불법으로 돗자리나 평상을 깔아놓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 흉내를 낸다.
강원도 화천, 춘전, 홍천, 인제 등 산간 음식점 주인들은 계곡 주변에 파라솔을 꽂거나 돗자리를 펴놓고 불법으로 2만원가량 자릿세를 받는다.
또 음식을 주문해야만 자리를 내주는 불법영업도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자릿세를 놓고 상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다.
자릿세뿐 아니라 음식 가격도 관광지를 찾는 피서객의 기분을 망치는 주된 원인이다.
강원 지역 한 워터파크 내 음식 가격은 일반 음식점보다 약 3배가 높다.
워터파크를 찾은 이용객들은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다 허기를 달래려고 찾은 음식점 앞에서 당황한다.
일행과 다 같이 옷을 갈아입고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는 '귀찮은'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한다.
지난달 이른 여름 분위기를 내려고 워터파크를 찾은 서정학(32)씨는 "비싸도 외부로 나가기 불편하니까 웬만하면 장내에서 식사를 해결했다"며 "어렵게 시간을 내 놀러 온 여행지에서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 피서지 또 다른 복병 '민폐 여행객'
자릿세나 바가지 음식값 외에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얌체족'도 휴가 기분을 망치는 주범 중 하나다.
지난달 5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황금연휴 내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버려진 상자, 돗자리, 빈 소주병, 음식 쓰레기 등이 인근 해변과 공원 주변에 해초처럼 널렸다.
길이 500m인 수변공원에서 나흘간 수거된 쓰레기양만 23t에 달했다.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계곡인 팔공산 수태골에서는 취사나 수영이 금지됐는데도 종종 취사를 하거나 계곡 안에서 수영 실력을 뽐내는 피서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팔공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계곡의 정취를 즐기는 여행객들은 몰지각한 일부 피서객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몇 해 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는 한 여성 여행객이 폭죽을 터뜨려 주변 관광객 8명의 얼굴과 다리 등에 화상을 입힌 일도 있었다.
이 여성은 해변에서 16발짜리 대형 폭죽을 터뜨렸다가 주변에 '민폐 세례'를 퍼부었다.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8명은 어렵게 낸 휴가를 망치고 병원 신세를 지었다.
◇ "휴가지 고질병 없애자" 지자체·지역 주민 맞손
바가지나 자릿세, 얌체 피서객 등 휴가지 병폐가 매년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남 여수시 만성리해수욕장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파라솔(그늘막)과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탈의실과 옷·귀중품 보관소, 주차장, 야영장 이용료도 무료다.
운영위 관계자는 "10여년 전 파라솔을 도입해 5천원씩 받고 대여했으나 소득도 적고 이미지만 안좋아진다는 여론이 있어 지금은 선착순으로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인상을 얻어 이용객의 재방문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연간 100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전남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도 매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완도군과 신지명사십리 번영회, 상가협의회, 이장단이 모여 회의를 통해 협정요금표를 정해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관광지를 찾는 여행객에게 '착한 여행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재방문 의지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불꽃놀이 소음과 피해, 숙박업체·노점상 호객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속초시는 해수욕장에 행정지원센터, 여름파출소, 응급 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호객과 바가지요금 등 불법행위 단속과 시설사용료 가격표시제를 운용할 예정이다.
속초시관광진흥협의회와 사회단체 회원 등 50여명도 해수욕장 질서와 청결 등을 위한 캠페인에 돌입한다.
포항시는 바가지요금 방지를 위해 휴가지 번영회와 해수욕장협의회를 열고 협정요금을 동일하게 받도록 했다.
파라솔 임대 4시간 5천원, 튜브 임대 4시간 5천원, 샤워장 이용 2천원, 바나나보트 1만5천원 등 포항 관내 해수욕장에 모두 같은 요금을 적용했다.
유미옥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사무처장은 "지자체와 상인 연합회 등에서 시행하는 자정 노력이 우선 당장은 개별 상인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휴가지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신뢰도가 높아지면 휴가지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재방문율도 높아져 소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상학 차근호 임채두 김진방 장아름 류수현 최은지 이승형 이은중)
doo@yna.co.kr
(끝)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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