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오후 – 라틴 리듬에 커피 한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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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명씨 작성일17-04-11 09:21본문
회색 빛이 살짝 감도는 연녹색 생두를 테이블에 좌~악 흩어놓고 잘 생긴 녀석들을
하나하나 골라 담습니다. 깨지고 상하고 변색된 이런저런 흠이 있는 녀석들은 안타깝지만
천상의 향미를 위한 이 멋진 향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로스팅 팬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예열이 끝나면 선택 받은 녀석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가고 로스팅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십 분이 좀 더 지나면 싱그러운 풋내가 구수한 향기로 변하고 툭 투둑
콩알 튀는 소리와 함께 커피 특유의 가로줄 – 원두 배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색깔도 노랗게 짙어지다 어느새 연한 갈색으로 변해가고 자욱한 연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이즈음 이면 코끝을 간질이는 구수한 내음과
연무에 놀란 가족들이 하나 둘 나타나 감탄을 연발하고
로스팅 팬을 든 주인공의 손은 더욱 바빠집니다.
그렇게 혼란이 더해져 갈 때쯤 다시 찾아오는 두 번째 크래킹 소리!
이제 제법 로스팅에 익숙해 진 주인공은 주변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결코 이 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이 때가 강중배전두(City Roasting )에서
약강배전두(Full City Roasting )로 변해가는 과정인데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포인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두 번째 크래킹이 시작되는 즈음에 재빨리 팬에서 커피를 쏟아내고
지체 없이 열기를 식혀서 그 절체절명의 포인트를 살려낸 천상의 커피를 완성합니다.
자, 이제 한 잔의 커피로 내려 잔에 담아 천상의 맛을 음미하는 일이 남았겠죠?!
주인공은 그렇게 멋지게 로스팅 된 원두를 그라인더에 한 줌 갈아내어
커피 내릴 준비를 익숙하게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살며시 주크박스로 다가 가
커피 향기 물씬 나는 룸바 리듬의 라틴 음악 한 곡을 골라냅니다.
Jose Luis Rodriguez & Los Panchos - Moliendo Café
이렇게 멋진 리듬을 타고 수프리모와 안티구아,
만델링의 향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방울방울 떨어져 내린 짙은 초콜릿 빛 액체! -
어떤 이는 이걸 두고 천사의 눈물 이라고 한다지요?!
어때요? 오늘같이 나른한 봄 날 오후,
감각적인 라틴 리듬과 함께 천사의 눈물 한 잔 - 맛보지 않으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