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피하려 변장에 '알몸'도 불사…"그래 봤자 다 잡힌다"

LED 모자·가발 변장도 등장…과학수사 등 수사기법도 진화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가발 쓰고 변장하는 도둑은 봤는데 살다 살다 CCTV 피하려고 알몸으로 범행하는 건 처음 봅니다."

지난 25일 심야 영업이 끝난 전북 군산의 한 미용실에 도둑이 들었다.

금고 속 현금을 턴 것은 여느 도둑과 같았지만, 행색만은 남달랐다.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이 남성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추적의 단서가 될 인상착의를 남기지 않으려고 나체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을 맡은 20∼30년 경력의 형사들은 절도범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 영상장비가 범죄 수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자 이를 피하려는 범죄 수법도 기발해졌다.

변장하거나 얼굴을 가리는 등 기상천외한 '범죄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 '복면부터 최첨단 LED 모자까지' CCTV 피하기 백태

'알몸 절도사건'에서 보듯이 CCTV를 피하기 위한 범인들의 몸부림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복면을 쓰고 편의점을 턴다거나 현금 인출기 CCTV를 피하려고 모자를 눌러 쓰는 정도였다.

이런 방법이 무기력하자 범행 수법이 더욱 진화했다.

지난해 12월 두 달간 경찰 수사망을 감쪽같이 따돌린 신출귀몰한 40대 절도범이 대표 사례다.

절도 전과 10범인 이모(49·여)씨는 전북지역 보험회사, 부동산, 종교단체 사무실 등을 돌며 1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12차례 훔쳤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오전 시간대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 특징이다.

이씨는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부동산과 보험회사 등을 찾아가 주인이 정신없는 틈을 타 현금 등을 훔쳤다.

주인이 금세 물건이 없어진 것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씨는 감쪽같이 도주했다. 경찰 추적은 번번이 허탕을 쳤다.

긴 파마머리 가발에 외투를 걸친 이 씨가 범행 후 버스에 타거나 건물로 들어가 재빨리 가발과 외투를 벗는 수법으로 경찰을 따돌렸다.

일부 범인은 CCTV를 피하려고 사전 답사나 인터넷 지도 등을 이용해 CCTV 위치를 확인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지난해 9월 서울 주택가에서 상습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이던 장모(44)씨는 사전에 CCTV 위치와 사각지대 등을 파악하고서 경찰 추적을 피했다.

최근에는 'CCTV에 찍히지 않을 자유'를 표방하며 등장한 발광다이오드(LED) 모자가 범죄에 쓰인다.

LED 모자는 모자챙 앞에 LED가 달려 맨눈으로 얼굴이 식별되지만, CCTV나 영상기기로 촬영하면 얼굴이 뿌옇게 보인다.

일부 절도범에게 인기를 끌자 이런 LED 모자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 '뛰는 범죄에 나는 경찰' 수사기법도 진화

CCTV를 피하는 방법이 나날이 진화하지만, 수사기법도 만만찮게 발전한다.

알몸으로 범행을 저지르든, 가발로 변장하든 웬만하면 꼬리가 잡히기 마련이다. 노련한 수사기법과 과학수사 앞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감추는 간단한 수법부터 변장하거나 알몸으로 범행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한다.

이런 수법은 범행 현장 주변 CCTV를 완전히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선 형사들은 특별 노하우로 범인 동선(動線)을 찾아낸다.

김현익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30일 "범행 순간에 신분을 감춰도 결국 은신처나 익숙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사람 심리"라면서 "최근 방범용 CCTV 외에 상가, 가정집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이 많아 범인 동선을 파악하기가 수월해졌다. 이를 뒤쫓아가면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고 자신했다.

과학수사도 '첨단 꼼수'를 깨뜨리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인상착의가 특정되지 않아도 범인 걸음걸이나 자세 등만 확보하면 '법(法)보법 분석'으로 용의자를 찾을 수 있다.

'법(法)영상 분석'을 통해 화질이 좋지 않은 CCTV 화면을 복원할 수도 있다. 얼굴 윤곽과 체형 등을 용의자 얼굴과 비교해 범인을 추적하기도 한다.

선원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여러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찾아낸다. CCTV를 운 좋게 피했다고 해서 완전히 수사망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