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기분이라도…" 대리만족 '공항놀이' 나선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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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당발 작성일16-07-18 11:12본문
인천국제공항./ 사진=윤준호 기자 |
오가는 수많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자신도 휴가철을 맞이한냥 착각에 빠진다. 양씨는 "물론 실제 여행길에 오르는 것만 못하지만 그 무리에 속해있단 사실 만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때가 있다"며 "공항에서 생기 넘치는 기운을 받고 돌아오면 한동안 또 취업준비에 전념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휴가를 못 갖는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공항을 찾는다. 비행기에 오르진 않지만 휴가 기분이나마 내보려는 이유에서다. 여행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며 못 떠나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최근엔 이같은 휴식을 취미로 삼는 '공항놀이족'까지 등장. 대다수 '공항놀이족'은 "왠지 모르게 공항만 오면 설렌다"는 반응이다.
지난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지하철 연결통로부터 공항 내부까지 제몸 크기만한 캐리어를 손에 쥔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인파로 붐볐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에 캐리어 바퀴가 맞닿으며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탑승수속을 기다리며 30~40m 늘어진 줄 사이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직장인 황수현씨(32)는 캐리어도, 탑승수속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내부 곳곳이 훤히 보이는 공항 꼭대기 4층 커피숍에 자리잡고 이러한 광경만 바라볼 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를 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황씨.
그는 "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 퇴근하기 전에 공항을 들렀다"며 "탑승객들을 보고 있자면 부럽기도 하지만, 보고 있는 동안엔 덩달아 일상에서 탈피한 기분이 들어 괜히 위로가 된다"고 끄덕였다.
인천국제공항./ 사진=윤준호 기자 |
최근 포털사이트 내 여러 여행전문 카페에선 황씨와 같은 '공항놀이족'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저마다 친구 또는 홀로 당일치기 공항놀이를 즐긴 뒤 후기담을 공유한다. 대부분 "울적할 때 공항을 다녀오니 기분이 풀리더라" "바글바글한 여행객 사이에서 출국 때만 맛볼 수 있는 설렘이 느껴지더라" 등 대리만족으로 '힐링'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중 일부는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이나 레스토랑 식사권 등을 제공받는 금융사 크로스마일 신용카드로 여행객 부럽지 않은 휴식을 누린다. '공항놀이' 2년차인 주부 양진솔씨(31)가 그렇다. 해외엔 못 가지만 한가하거나 여행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면 남편과 함께 인천공항에 자주 들른다.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 쿠폰, 식사권을 이용하며 반나절 정도 머물다 온다.
양씨는 "3년전 집안일과 육아로 지쳐있을 때 아이를 친정에 맡겨두고 무작정 공항에 간 적이 있다"며 "비록 그때도 어딜 여행하기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소심한 일탈에서 얻는 행복감이 무척 컸다"고 회상했다.
반면 김포공항에서 만난 군인 김진수씨(21)는 "호화로운 휴식은 없더라도 그저 공항에서만 풍기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제 갓 일병으로 진급하고 휴가를 나온 김씨는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운 신분이다 보니 대신 '공항놀이'를 택했다. 김씨는 빡빡 민 머리를 긁저이며 "공항에 와서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어 공항'놀이'까진 아니지만, 안 놀아도 희한하게 마음이 설렌다"고 웃었다.
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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