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은따(은밀한 따돌림)' 당신은 자유롭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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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당발 작성일16-07-21 13:03본문
#모 중견 건설사에 근무하는 이정신(28)씨는 요즘 직장을 다니는 게 지옥 같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부서원들이 속해 있는 공식적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과 별개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원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점심시간에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서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도 하고 ‘번개’ 회식 자리가 있었다는 걸 다른 부서 동료를 통해 들으면서 이런 식으로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단톡방을 통한 정보 소외나 은근한 따돌림이 학교를 넘어 직장으로 확산되면서 소외되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공식 단톡방을 통해서는 얻기 힘든 고급 사내 정보와 친목 모임이 사적인 단톡방을 통해 유통되면서 ‘은따 직장인’들은 사회생활 자체를 힘겨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건전한 조직 문화를 해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변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평 남짓의 작은 사무실에서. 16명으로 구성된 마케팅팀은 다른 부서에 비해 사람이 많다. 이 팀에서 사원으로 일하는 K(26)씨는 최근 동료 직원 A씨에 대한 불만을 사적 장소에서 언급한 이후 은근한 따돌림을 경험하고 있다. “A씨가 일을 못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전해 들은 A씨가 K씨를 피하기 시작했고, A씨와 친분이 있는 동료들까지 자신을 피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갑자기 다들 자리를 뜨는 것은 일쑤고 “주말은 잘 보냈냐”는 사소한 질문에도 간단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말이 씹히는 일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K씨도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머리카락까지 빠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에피소드 2
제조업 입찰 업무를 담당하는 B(29)씨.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5년을 넘어섰다. 24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벌써 팀장 역할을 맡으면서 주변의 질시 어린 시선을 받는 일도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B씨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갑자기 대화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원래 사적인 교류가 적기 때문이라고 자위하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 원래 소심한 성격인 B씨는 먼저 말 걸기도 어색해 용무가 있어도 대화를 하기 보다는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메신저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대화는 끊겼고, 요즘은 같이 식사할 동료를 찾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한다. B씨는 “문자 메시지로만 소통하니 사무실 안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느낀 지 오래된 것 같다”며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지만 정작 용기도 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다를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에피소드 3
편의점 유통업을 하는 J(30)씨. 관리하는 점포가 지역에 3곳 이상이다 보니 점주와 대화할 뿐 동기나 선후배 간엔 교류가 없는 편이다. 매장 관리 실적은 상사에게 바로 보고되고, 동기간 의사소통은 모바일 메신저나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이뤄진다. 이외에 특정 직원에 대한 뒷담화나 개인 정보는 주로 친한 직원 간의 수다를 통해 전달되는데 남의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을 싫어하는 J씨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자 조금씩 동료들과 멀어졌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 사적인 모임이나, 중요한 소식에서 조금씩 정보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는 “남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동기들과의 대화에서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것도 견디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인 은따’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통해 회원사 1,028명에게 설문한 결과, 직장 내에서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734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나온 46.2%보다 약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직장내 ‘소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증가하는 직장인 소외에 대비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의무’, ‘예방 교육’, 사건 발생 시 조치‘, ’피해자 불이익 조치 금지 의무’ 등과 관련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외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혼자가 되는 쪽을 택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외감을 겪었을 때 신고(3%)나 상담(3%)를 요청한 비율은 현저히 낮았으며 ‘혼자 다닌다’(39%)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또 ‘퇴사’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 비율도 13%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정환경(35) 씨는 “회사에서 한 번 ‘은따’로 찍히면 그 사람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데, 이런 행동이 유치하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함께 ‘은따 당할까’ 싶어 따돌림에 동참한다”며 “학창 시절 ‘은따’를 당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는데, 직장 생활까지 ‘왕따’, ‘은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소외의 경험, 학창시절 경험과 무관치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직장에서 소외감을 경험해도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기보다는 소외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주위에 상담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내 입지 문제’와 ‘더 심한 소외감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23%와 2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창시절 왕따 당한 경험이 있다는 김수형(30·가명)씨는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피하는 게 더 익숙하다”며 “학창 시절에도 비슷한 문제로 선생님에게 말했지만 네가 잘못해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방관하는 사람이 대다수라 그 이후로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따돌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가해자는 물론 방관자가 다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럴 경우 개인에게만 소외감의 책임을 부여하게 되면 대인 관계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괴감에 빠지고 무기력해질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기 비난’, ‘개인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개인과 세대 차이가 공존하는 직장 문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자기 비난 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귀 교수는 “소외감을 겪은 어린 학생들을 상담하면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자기 존중감이 낮을수록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비난은 자존감에 대한 공격으로, 대부분은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하는 공격이기 때문에 비난 자체가 미성숙한 방어 기제”라며 “저마다 주관적인 상태에서, 자신만의 감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그건 당신의 생각일 뿐’이라는 자세로 (상대방의 지적이나 비난을) 사소하게 넘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수현기자 주현정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출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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