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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곡성의 눈물…만삭 아내에겐 이별의 말도 못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당발 작성일16-06-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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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이미지 듬직한 가장(家長), 자애로운 이 아버지의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 지난 31일 밤 야근을 마친 늦은 귀갓길에 곡성군청 공무원 양대진(39·왼쪽)씨가 불의의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났다. 사진은 양씨 가족의 행복했던 한때. /유족 제공
    기사 이미지확대 사진 보기 /이철원 기자
    [가족 보는 앞에서… 퇴근길 곡성 공무원, 20층서 뛰어내린 공시생에 부딪혀 참변]

    전남지사 표창받은 홍보담당… 영화 '곡성' 히트로 더 바빠져
    숨진 날도 장미축제 뒷마무리… 내년초엔 새 아파트 입주 예정

    남의 아파트서 투신 공시생 "내 인생은 쓰레기

    대학생이 목숨을 끊기 위해 아파트에서 투신하면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30대 가장(家長)을 덮쳤다. 두 사람 모두 숨졌다. 가장의 퇴근길엔 임신 8개월 만삭의 아내와 여섯 살 난 아들이 함께 있었다. 남편이 아내와 아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던 순간, 비극(悲劇)이 그의 몸을 덮쳤다.

    사고는 지난 31일 오후 9시 48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입구에서 일어났다.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아래로 투신한 대학생 유모(26)씨는 "나는 열등감 덩어리다. 내 인생은 쓰레기다"라고 쓴 A4용지 두 장 분량 유서를 남기고 뛰어내렸다. 유씨가 있던 20층 복도에선 절반쯤 마시다 만 소주병이 발견됐다. 유서 등에 따르면 그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다. 유서엔 "주위 시선이 신경 쓰여서 보는 공무원 시험, 외롭다"고 쓰여 있었다. 유씨는 원래 이 아파트가 아닌 다른 아파트에 산다.

    추락한 유씨와 부닥친 사람은 전남 곡성(谷城)군청 홍보팀 7급 공무원 양대진(39)씨이다. 양씨는 지난 29일 끝난 곡성 세계장미축제 보도자료를 만들고, 군(郡) 소식지 발간 준비를 하느라 야근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근무지 곡성에서 광주로 가는 막차를 타고 온 양씨는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아파트 근처 정류장에 내려 마중 나온 아내 서모(36)씨와 여섯 살 아들을 만났다.

    남편이 앞장서고 아내와 자전거를 탄 아들이 따랐다. 목격자들은 "양씨가 아파트 입구에 이르러 뒤따르던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들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던 순간, 뛰어내린 유씨가 양씨를 덮쳤다"고 증언했다. 남편과 아내· 아들의 거리는 불과 2m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아내가 119에 곧바로 신고했지만 병원에 실려간 남편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고려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양씨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늦깎이로 공무원이 됐다. 2008년 여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 아내의 고향인 곡성군청으로 옮겼다. 2014년 7월부터 지금의 홍보팀에서 일했다. 동료 공무원들에 따르면 양씨는 전남의 오지(奧地)로 꼽히는 곡성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엔 그 공로로 전남지사 표창도 받았다.


    5월 하순 곡성 인구(3만명)의 8배 가까운 23만명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대박을 친 장미축제 홍보는 최근 그가 가장 힘을 기울인 일이다. 곡성에서 찍은 영화 '곡성(哭聲)'이 크게 히트하면서 그는 더욱 바빠졌다. 동료들은 10여일 장미축제를 치르는 동안 그의 등에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고 했다. 초여름 더위에 축제장을 누비고 다니느라 등줄기에 흐른 땀이 말라붙어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페이스북엔 곡성에 대한 기사가 빼곡하게 올라 있다. 빈소를 찾은 유근기 곡성군수는 "고인(故人)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재였다. 최근 장미축제를 치르면서 매일 야근을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자상한 가장이었다고 빈소에서 만난 동료들과 친지들이 말했다. 곡성군청 직원 최모(36)씨는 "카카오톡 창에 아들을 '우리 집의 갑(甲)'이라고 표시해 놓을 만큼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년 초 입주할 예정이라며 좋아했는데…"하며 아쉬워했다.

    만삭의 아내 서씨는 말을 잃었다. 빈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양씨의 둘째 형(48)은 "어려서부터 반듯하고 정 많던 동생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며 울었다. 양씨의 장인(64)은 "세심하고 착한 성품이어서 친아들처럼 생각해 온 사위인데…. 손자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곡성군은 양씨의 순직을 신청하기로 했다.


    출처: 조선일보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01-25 16:40:40 생생정보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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