쭘 | 6. 사자의 심장(Heart of the Lion) [진격의 상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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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둔병단 작성일16-03-21 16:56 댓글7건본문
1. 불패의 요건 Key to the invincibility
(영국의 상징 사자는 중세 프랑스 출신의 정복왕조였던 앙주가문의 문장에서 기원했다)
18-19세기 영국의 세계대전략을 설명하는 마지막 키워드
"Double Standard Doctrine"
이걸 포룸벗님들이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있어.
그건 바로
"한 국가의 전쟁과 외교정책에 있어서 지정학적 요건이 미치는 영향"이야.
지정학적 요건이 영국의 전쟁수행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런 워 플랜이 평시 외교전략에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알아야
왜 영국이 그토록 해군의 우위와 영불해협의 제해권에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어.
이렇게 촘촘히 연결된 각각의 요건들을 머릿 속에 그려놓고
국제정치의 각 행위자들이 대처해야 했던 정치/경제/군사적 상황을 살펴보는 것과
그냥 머릿 속에 텅하니
"영국은 섬나라니 해군이 강했을 거고, 이 해군을 통해 세계를 지배했겠지."
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단지 섬이라서 해군이 중요하다면 군국주의 일본은 왜 그리 육군에 휘둘렸는데?
지식을 얕게 '햟기만 하면' 술자리 안주로 내세우는 말빨을 위한 용도 밖엔 쓸모가 없지.
그런 지식.. 무지한 이들을 상대로 잘난 척 할 때를 제외하면 어디에 써먹겠어?
지식은 머릿 속에서 치밀하게 검증, 정리되고 또 상호연결되어야
구체적 문제해결에 필요한 영감이나
상황판단에 응용될 수 있는거 아니겠어? 암암..
암튼.
영국이 미국의 독립 이후 수 세기에 걸쳐
단 한번도 주요 전쟁Major War에서 패하지 않은 이유는
('주요전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1812년 영미전쟁의 패배가 있기 때문이야)
첫째. 자신이 처한 지정학적 요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둘째, 지정학적 요건을 토대로 가능하고 현실적인 국가방위전략을 세웠으며
셋째, 위 방위전략에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을 강화
시키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세계를 경영해 나갔기 때문이야.
사실 앞서 설명한
① 명예로운 고립 ② 세력균형 ③식민지 경영을 통한 세계지배 전략 역시
위와 같은 국가방위전략을 준비/강화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입안되고 수행된 정책들이지.
2. 지정학적 요소 Geopolitical Factors
다들 알고 있다시피 영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은 바로 '섬'이라는 것이겠지.
그런데 이 섬이 '어떤 섬'인지가 중요해
영불해협을 하늘에서 보면 말이지
진짜 칼레 지방과 영국 남부 해안이 거의 붙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육안으로 보면 하늘에서는 거의 붙어있는 것처럼 보여.
(프랑스 해안에서 보이는 영국)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대륙의 침략으로부터 영국을 지켜준 건 바다다.'
라는 드립은 술자리 안주거리에 불과한 말이고
오히려
'영국을 강하게 만든건 바다라고 보기도 어려운 저 협량한 해협이다.'
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영국이 처한 지정학적 요건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거야.
영국이 유럽대륙에 대해 가지는 지정학적 특성은
일본 열도가 한반도나 대륙에 대해 가지는 그것과는 많이 달라.
근대 일본이 제국주의 테크트리를 밟기 전까지
유사 이래 오랫동안
일본열도는 유라시아 대륙사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어.
그 긴 시간 동안 한반도 남부에는 일본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정치세력이 등장한 적도 없었고
대한해협은 영불해협에 비해 충분히 넓은 해협이지
그리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길고 위험한 항해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어.
그래서 일본 애들은 대륙의 정세 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강력한 해군을 가질 필요도 없었지.
그냥 심심하면 놀러 나가서 해적질이나 하면 되는 거야.
(우리 태양의 후예는 이러고 다니는 걸로 만족한다.)
덕분에 몽골이라는 세계제국의 사신을 끔살시켜버리는
초유의 병크를 저지르기 전까지
일본은 대륙으로부터 변변한 침략을 당한 적이 없어.
이건 일본 애들이 해군이 강하다던가
대한해협을 잘 지켜내서가 아니지.
그냥 걔들 땅이 그 따위로 생겨 먹었기 때문이야.
이런 의미에서 일제가 허구헌 날 설레발치기 바빴던
'일본은 신이 지켜주는 나라다.'라는
신국불패(神國不敗) 드립은 반어적 의미에서 진실에 가까워
그런데 영국은?
엎어지면 손닿을 거리.
달랑 폭 33km, 평균 깊이 55m의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 해안을 마주보고 있지.
프랑스라는 지역이 유럽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해.
땅넓고, 물산 풍부하고, 사람 많고, 당연히 문화도 발달한 유럽의 최선진지역이지.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을 지배하는 정치세력이
대륙최강의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하겠지.
로마제국-샤를마뉴제국-앙쥬제국- 카페왕조 - 부르봉왕조-나폴레옹제국-도이치제국..
환상의 라인업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북부해안의 지배자들을 봐 봐.
저 중에 영국이 브리튼 본토의 생산력으로 일대일 다이떠서 이길만한 애들이 어디 있어?
한 순간만 방심해도
저 대륙최강의 군대들이 바로 브리튼 본토를 밟는거야.
그래서 영국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영국 땅을 밟은 이래
대륙과 연결될 수 밖에 없었고
강력한 해군으로 영불해협을 스스로 지켜내기 전까진
그냥 대륙에서 잘 나가는 애들의 눈치를 보고 사는
꼬붕으로 있을 수 밖에 없었던거야.
영국이 대륙의 꼬붕생활을 청산하고
스스로 열강이 되기 위해서는
대륙의 정세에 무관심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경쟁국들이 영불해협의 제해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꿈도 꿀 수 없을만큼
강력한 해군이 필요했어.
3. 사자의 심장 Heart of the Lion
해군만 있다고 해결되는게 아니지.
인생은 실전이잖아?
영국의 생존과 독립에 직결되는 영불해협의 제해권을 지키는 유일한 벽.
이 귀하디 귀한 로열 네이비를 위협하는 세력이 생기면
그 세력이 로열 네이비에 필적할만한 힘을 키우기 전에
'선제적으로'
격멸한다는 제해전략이 수립되어야 했지.
이게 참 무시무시한거거든.
해군이란 건 원래 건설, 확장하는데 다대한 예산과 인력 무엇보다 '시간'이 요구되는 법.
그런데 일단 유럽의 어떤 세력이 해군을 확장하려는 눈치가 보이면
영국은 바로 걔들을 때려잡기 위한 전쟁전략을 수립한다는거야.
'혹시 쟤들이 우리 편이 될 지도 모르니 좀 지켜볼까?'
이런 거 없다는거지.
영국은 현재 자신의 동맹국이 아닌 이상
일단 웬만한 사이즈의 해군을 가졌거나 가지려고 하는 놈들은
모조리 적으로 간주했고
이들을 박살내는데 추호도 망설이지 않았어.
예를 들어볼까?
나폴레옹 전쟁시기에 덴마크가 중립을 선언하자
로열네이비는 곧바로 코펜하겐에 포격을 가했어.
이때 사령관으로부터 사격중지 명령을 받았던
함대 부사령관 넬슨제독이 부상당한 한 쪽 눈에 망원경을 대고
'내 눈이 삐꾸라 사격중지명령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라는 개드립을 치고 불벼락 퍼포먼스를 계속 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지.
(코펜하겐 해전 1801)
다시 강조하지만
이때 덴마크 애들...프랑스랑 붙어먹지 않았어.
그냥 중립이었다고...중립..-_-;;
근데 그냥 뚜벅뚜벅 들어가서
눈 똑바로 보면서
'너네 배 다 자침시키거나 우리에게 넘겨.'
라고 요구한거야.
덴마크는 당연히 어이가 없었겠지?
'너네 뭐 잘못 먹었니?'
라고 물었겠지.
그러니까 영국은
'니가 정말 미친 놈을 못봤구나?'
라고 중립국의 수도에 바로 함포사격을 가한거야..-_-;;;
왜 그랬을까? 덴마크가 뭘 잘못해서?
도둑이 집 앞에서 니 차 내놔라..그러는데 싫다고 대답하면 잘못한거야?
아니지..그런 명분같은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덴마크는 나폴레옹군을 막을 힘이 없었고
영국은 덴마크를 지켜줄 육군이 없었기 때문에
덴마크를 공격해야 했던거야.
덴마크가 프랑스에 굴복하면
덴마크 해군은 프랑스 해군에 합류하게 되니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날려 버린거지'
(가질 수 없다면...부셔버릴거야!!)
중립국만 날렸나?
2차대전 때는 어땠게?
동맹국이었던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고
비시 프랑스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영국은 며칠 전까지 함께 싸웠던 프랑스인들에게
'너네 군함 다 자침시키거나 우리한테 넘겨'
드립을 시전하셨지.
그리고 이에 불응하자
프랑스 전 해군을 궤멸시켜 버렸어.
바로 이 살벌함. 냉혹무비함이 어디에서 왔을까?
아니 반대로 질문해보면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영광의 비결은 무엇일까?
브리튼 섬과 영불해협이라는
하늘이 준 천부(天賦)의 조건?
이 지리적 요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를 활용한 영국인들의 혜안?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철저함?
아니지.그런 것들은 그저 편린(片鱗).
호수 위의 물결에 불과하고
저 모든 것들을 꿰뚫는 하나의 요소를 꼽으라면
우연이 가져다 준 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동시에 우연에 의해 강요된 불리한 점들도 함께 숙명으로 받아 들이고
그 불리한 요소들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현실화되지 않도록
노력에 노력을 다한 영국인들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아닐까?
선택과 집중
바꿀 수 없는 '우연'은 받아들이되
그 우연이 자기 자신들을 지배하는 '운명'이 되지 않도록
"바로 지금, 가능한 노력의 지점에서 최선을 다한다."
라는 합리적 사고와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분하고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파악한 후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
이야말로 전성기 영국을 이끌었던
국가지도자들이 보여준 진정한 역량이었지.
대영제국이 역사 속에서 보여준 불패의 전설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
애들 싸움과는 다르게 어른들 싸움은 머리로 하는 거고
이렇게 똑똑한 놈들이 싸움을 못할 리가 없잖아?
(남자라면 어떻게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음에는 지정학적 조건에 관한 영국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방전략(이라고 읽고 싸움스타일이라고 읽는다)에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보자.
To be continued..
1. 대전략(Grand Strategy) [진격의 상식 시리즈]
2. 명예로운 고립(Splended Isolation) [진격의 상식 시리즈]
3. 세력균형정책(Balance of Power) [진격의 상식 시리즈]
4. 해가 지지않는 제국(The Empire under the Sun.) [진격의 상식 시리즈]
5. 불패의 전통(Invincible Legacy) [진격의 상식 시리즈]
6. 사자의 심장(Heart of the Lion) [진격의 상식 시리즈]
7. 태양의 후예(Sons of the Empire) [진격의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