쭘 | 2. 구원(Redemtion) 편[진격의 해제 시리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사병단 작성일16-02-02 12:23 댓글4건본문
진격의 거인 해제 - 구원(Redemtion)
조사병단에서는 단장님의 기획물 제 2편 ‘구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해제를 발간합니다.
==============================================================================
에렌 예거
예거(Jäger)는 독일어로 사냥꾼을 의미한다.
에렌 예거가 진격세계 속 다른 인류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거인을 자신의 사냥감으로 생각한다는 거다.
이거..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사실 굉장히 이상한거다.
생각해 봐라.
진격세계 속 용맹하다는 조사병단들도 거인을 쫒아다니면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세계 속에서 가장 쌈박한 수색정찰전술로 제시되고 있는 엘빈단장의 원형진조차도
‘우리 최대한 거인들과 마주치지 않게 해주세열’
라는 매우 비굴한 개념에 따라 고안된 것이다.
주둔병단, 헌병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용맹하다는 조사병단의 정예들도 싸우는 모습을 봐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협력 작전을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거인들을 각개격파하고
다른 놈들이 몰려들기 전에 튀려고 안달이다.
그만큼 거인은 인류에게 공포의 존재다.
자신들을 쫒아와서 잡아먹으려 하는 천적들이
자연계의 모든 생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런 애들을 무서워하는 건 당연하잖아?)
물론 예외는 있다.
리바이와 미카사가 그들이다.
얘들...거인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을뿐더러 여기저기 꼴리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거인을 취미로 잡는 애들이다.
그런데 얘들은 스스로 우월한 전투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사실 거인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얘들이 거인을 쫒는 이유는 거인이 인간을 쫒는 이유와 같다.
자신들은 죽을 이유가 없고 상대는 사냥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라도 거인처럼 못생기고 거대하고
잡으면 딱 간지나게 생기는 데다가
식인을 일삼아서 혐오의 대상이 된 고등척추동물이 있다면
열심히 쫒아다니며 잡겠다. 남자라면 헌터지..안그래?
단 내가 놈을 안전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지.
(이런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
근데 에렌을 보잔 말야.
녀석 어렸을 때 자기 엄마가 거인에게 냠냠되는 모습을 실사로 본 놈이다.
어린 시절의 충격과 트라우마가 인간의 잠재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봐.
(이런거 보고 컸다..에렌.)
게다가 공포란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뇌속 깊이 각인되는 감정이지.
초등학교 시절 일진한테 맨날 맞고 가방들던 애들은
나중에 회사 사장이 되어서도 9급 공무원 일진을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편하게 대하지 못한다.
그게 다 이유가 있는거야.
그리고 엄마만 당했냐?
삼년 동안 쌔빠지게 훈련하고
거인 다 날려 버리겠다고 자신만만했던 첫 출전에서
(이런 기세로 나갔는데!!)
우리의 에렌은 요 모양이 되었다.
(열라 아팠겠지? ㅠ ㅠ)
다리가 날아갔어도 다시 용감하게 일어섰지만..
(그냥 누워있지 ㅠ ㅠ)
결국 요렇게 정리된다..다음 장면은 잔인해서 생략..OTL
(죽고 싶어 죽는 사람 없다...)
거인으로 변신한 다음에는 꼴이 좀 나아졌을까?
아니지..요렇게 되기 일쑤고,
심지어는
크로캅 거인에게 하이킥 쳐맞고 머리 반쪽이 날아가는 굴욕까지..
이 쯤되면 에렌은 거인만 봐도 쉬를 지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여전히 거인만 보면 투지가 극한까지 올라가서 쫒아다니며 싸우고 또 싸운다.
이건 무지막지하게 비현실적이다. 다시 말해 에렌의 투지는 비인간적이라는거지.
그렇다면 에렌이 이렇게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주인공 보정?
미카사가 구해줄 걸 믿는 민폐아이돌?
잘생긴 소년이 개처맞는거 보면 울면서 보호본능을 느끼는 소녀들을 위한 팬서비스?
단장님은 그렇게 보시지 않는다.
그 분의 생각은 말이지.
에렌은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이라는거야.
에렌의 용기는 미카사나 리바이같은 인간적, 영웅적 용기가 아니다.
즉 승리와 그에 따른 자신감에 바탕을 둔 현실적인 용기와는 완전히 다른,
신적인 위대함의 발현이라는 것이지.
그래서 비현실적이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거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신격을 부여하게 되면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모든 비인간적인 행적과 기적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지고
그 분을 십자가에 못박은 이후에도 열라 뻔뻔하게 그의 사랑과 용서를 구할 수 있게 됐어.
괜히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삼위일체설이 정설로 결정되고
아리우스파가 이단으로 몰린게 아니란 말이지.
진격의 세계도 마찬가지야.
에렌을 작가가 만들어 낸 의지의 화신으로서 일종의 신격으로 보게 되면
에렌이 보여주는 불굴의 의지와 인류를 위한 끝없는 희생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거야.
인류는 에렌에게 죽어달라고 부탁해도 돼. 왜? 부활할거니까.
피투성이로 싸우라고 요구해도 돼. 왜? 에렌 밖에는 거인들과 맞다이 붙을 존재가 없으니까.
인간들이 이용할 땐 이용해먹고도 두려워하고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것도 당연한거야.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니니까.
감들이 와?
에렌이 보여주는 주인공으로서의 비현실적인 의지
에렌에 대한 인간들의 뻔뻔한 태도들에 관해
대중들이 가질 수 있는 반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고안된 장치가
에렌의 ‘거인화’라는 거야.
사람들은 설명을 해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거인화한 에렌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신격을 부여받은거고
우리가 신에게 끝없이 죄를 범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또는 뻔뻔하게) 죄 사함을 청하듯이
진격세계 속 인류는 에렌에게 자신들을 위해 희생해 줄 것을 거듭 요구하지.
단장님글 댓글 중 에렌이 변신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고 쓰신 여성분도 계시더라.
내 추측이지만 그 분은 변신하는 에렌의 모습에 섹시함을 느낀게 아니라 장엄함을 느꼈을 걸?
심지어는 말이지. 이런 해석도 가능해.
에렌 이외에도 거인화가 가능한 인류들 있지?
헌병단에 짱박힌 애들..
얘들을 보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보이는 인격을 갖춘 신들처럼 보이지 않나?
애니 레온하트가 붙잡힌 조사병단을 쥐불놀이 하듯이 빙빙돌리던 장면 기억나?
(쿨시크 누님...)
이 장면에서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이 오버랩될 수도 있는거야.
자기중심적이고 인간들의 생사와 운명을 장난감 다루듯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비정하지.
그런데 에렌은 달라.
에렌은 인간들의 운명에 공감하고, 인간들과 함께 울고 웃고
인간들을 위해 분노하고 희생한다.
에렌은 날 때부터 신이었던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달리
인간으로 태어나 신격을 자각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세주에 가까운 모습이지.
지능을 갖추지 못한 거인들이
인간이 태초부터 공포심을 느꼈던 자연적 힘과 야수들을 상징한다면
지능을 갖춘 거인들은 다신교의 만신전에 들어선 인격신들로 비유될 수 있어.
그리고 에렌만, 유일하게 에렌만,
유일신 종교에서 말하는 구세주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존중, 그를 위한 희생,
자신을 배신하는 인간들을 위해서도 심장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랑을 가진 모습으로 말이지